조용한 환경에서 음악을 즐기고 싶어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구매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소음을 차단해 청력을 보호한다고 알려진 이 기술이 실제로는 뇌의 소리 처리 능력을 저하시켜 청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노이즈캔슬링의 원리부터 부작용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노이즈캔슬링의 원리
노이즈캔슬링은 '소음'을 뜻하는 노이즈와 '취소하다'라는 의미의 캔슬링이 합쳐진 용어로, 외부 소음을 줄여주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 기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1.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PNC)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은 귀마개처럼 물리적으로 귀를 막아 소음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디자인과 재질을 통해 귀를 밀폐시켜 외부 소리가 들어오지 못하게 합니다. 이 방식은 별도의 전자 장치 없이 작동하지만, 귀를 압박해 오래 착용하면 통증이 생길 수 있고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일반적으로 '노이즈캔슬링'이라고 부르는 기술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말합니다. 이 기술은 파동의 상쇄간섭 원리를 이용합니다. 소리는 위아래로 진동하는 파동인데, 이어폰에 달린 마이크가 외부 소음을 감지하면 내부 회로가 그 소음과 정확히 반대되는 파동을 만들어 내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대 파동이 원래 소음과 만나면 서로 상쇄되어 소리가 사라지게 됩니다.
노이즈캔슬링의 청력 보호 효과
노이즈캔슬링 기술은 원래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주변이 시끄러울 때 음악이나 영화 소리를 잘 듣기 위해 볼륨을 높이면 청력에 부담이 가고 장기적으로 난청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1. 볼륨 감소 효과
2023년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조영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하면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은 12dB 이상, 난청인은 8dB 이상 볼륨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안전한 청취 환경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하루 8시간 작업 기준으로 85dB 이상 소음이 발생하는 작업을 '소음작업'으로 규정하고 특수건강진단을 권장합니다. 일반적인 음향 기기의 최대 볼륨은 105~110dB 정도인데, 노이즈캔슬링을 사용하면 더 낮은 볼륨으로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어 청력 보호에 도움이 됩니다.
노이즈캔슬링의 부작용과 청력 손상 위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노이즈캔슬링 기술이 청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1. 청각 정보 처리 장애(APD) 위험
2025년 2월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장기간 사용한 25세 여성이 청각 정보 처리 장애(APD)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장애는 귀에서 소리를 정상적으로 감지하더라도 뇌가 소리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여성은 하루 5시간 이상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2. 청각과민증 발생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소음에 대한 뇌의 내성이 감소해 기침이나 키보드 타이핑과 같은 일상적인 소리에도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청각과민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명증 환자의 약 20%가 청각과민증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3. 뇌의 소리 처리 능력 저하
클레어 벤튼 영국 청각학회 부회장은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해 뇌가 소음을 걸러내려는 노력이 필요 없는 거짓된 환경을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뇌의 복잡한 듣기 능력은 10대 후반이 되어야 발달이 완료되기 때문에, 그 전에 노이즈캔슬링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말과 소음을 처리하는 능력의 발달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안전한 노이즈캔슬링 사용법
노이즈캔슬링 기술의 장점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1. 사용 시간 제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하루 종일 사용하지 말고,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은 뇌의 소리 처리 능력이 아직 발달 중이므로 사용 시간을 더욱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주변음 허용 모드 활용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에는 '주변음 허용' 모드가 있습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완전히 소음을 차단하지 않고 적절한 수준의 외부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뇌가 소리를 처리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적절한 제품 선택
귀를 완전히 막지 않는 개방형 이어폰을 사용하거나, 노이즈캔슬링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성인이 되기 전에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약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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